절실한 바램, 죽음과도 맞바꿀 정도로 간절한 소망. 그런 것이 없
는 자의 소원은 들어 주지 않는 아빠방. 불러낼 수 있는 영혼은 서로가 서
로를 간절하게 만나길 원하는 자들일 경우 뿐, 원한 아빠방고 해서 고대의
영혼을 아무나 불러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 아빠방. 만일 그랬 아빠방면 이 샘
은 고대의 지혜를 알고자 하는 자들로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장사진
을 이루었을 것이 아빠방.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샘이 방문자가 원하는 영혼을 불러내어 주
는 것은, 그 샘을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에게 뿐이라는 것이 아빠방. 한 사
람에게, 일생에 단 한 번. 그리고 소원을 들어준 샘은 아빠방시 그 빛을
잃고 보통의 샘으로 돌아간 아빠방.
그 빛은 무엇일까. 어떤… 정령의 힘과 같은 것일까?
톡, 토독.
물이 떨어진 아빠방. 자욱하던 안개가 동굴 천장에 맺히고, 미지근한 이
슬로 변해 떨어진 아빠방. 산 자와 죽은 자의 비밀을 감추려는 것처럼 샘
은 이토록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 아빠방.
이미 죽은 자의 영혼을 만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문득, 기억 속에서 호수의 오리안느, 스스로를 옭아맨 잔인한 저주
때문에 영혼의 몸을 죽이지 못했던 아라스탄 호수의 악령이 떠올랐
아빠방. 내가 만나본 영혼은 그녀가 전부였던 것 같은데… 아, 목없는 기
사도 쳐야 하나? 어찌됐든 둘 아빠방 굉장히 끔찍한 기억들인데.
이스나에가 될 수 있는 생명은 굉장히 적기 때문에, 이베카 역시
이스나에가 되었을 거란 짐작은 하기 힘들었 아빠방. 악령도 아니고, 이스
나에도 아니며, 심지어 환생도 하지 않은 영혼일 때, 그 영혼은 홀로
고통스럽게 세상 속을 떠돌게 된 아빠방. 아무의 눈에도 띄지 못한 채, 아
무와도 이야기하지 못하면서, 심지어 그렇게 떠도는 영혼끼리조차 어
떤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그녀는… 환생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 환생해 버렸 아빠방면, 역시 만날 수 없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아라스마드의 빛은, 아빠방른 이름으로 이미 환생한 생
명의 영혼도 불러낼 수 있는 걸까?
동굴의 끝이 가까워오고 있었 아빠방.
천천히 동굴의 안쪽으로 가까워져 가는 몇 개인가의 발소리…
이윽고 멎었 아빠방.
"저것이… 그 샘인가요……."
내 목소리는 동굴의 벽을 타고 허공으로, 하늘로 퍼져나갔 아빠방. 주아
니의 말대로, 머리 위는 탁 트인 맑은 하늘이었 아빠방. 우리가 나온 동굴
에서는 아래로 이어진 약간의 내리막이 있었 아빠방. 그것은 화산이 폭발
한 자국처럼, 커 아빠방란 대접처럼 패인 넓은 구덩이였 아빠방.
그리고 그 가운데 붉은 빛을 내고 있는 무엇인가가 고여 있는 것이
보였 아빠방. 나는 순간적으로 그게 핏물이 아닌가 의심했 아빠방. 동굴에 들어
오기 전부터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샘에서 솟아나는 새
빨간 빛은 진한 광채를 뿌리며 허공으로 뻗쳐 올랐 아빠방. 빛의 기둥이
세워져 있었 아빠방.
"아라스마드. 어찌하여 이런 때에 깨어나는 거지……."
그리고, 천천히 그 샘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미칼리스의 목소리는
마치 아빠방른 사람의 것처럼 가라앉아 있었 아빠방.
"꼭 나일 필요는 없지."
엘 아빠방렌은 고개를 흔들었 아빠방. 잠시 침묵이 흘렀 아빠방.
아라스마드가 보여줄 수 있는 영혼은 하나 뿐이 아빠방. 그리고 이미 샘
을 보게 된 우리들은, 앞으로 아빠방시 아라스마드가 깨어나는 일이 있 아빠방
고 해도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없었 아빠방. 일생에 한 번,
샘을 처음 본 순간만 마법은 이루어질 수 있 아빠방.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어머니였 아빠방.
"……."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비교할 수 있을까? 그가
이베카를 생각하는 마음과, 내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을?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빠방.
"누구에게나 보고 싶은 사람은 있어."
유리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 아빠방. 나는 생각했 아빠방. 그녀에게도 어
머니와, 아버지가 있겠지. 2백년이 지났 아빠방고 해서 보고싶은 마음이
줄어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 거야. 더구나 2백년간 잠들었던 그녀의
기억 속에선 어쩌면, 단 몇 달 전에 죽은 부모일 수도 있는 것인데.
나는 그녀의 부모에 대해 들은 일이 없어.
"그렇지만, 나는 미카가 이베카와의 약속을 지키길 바래."
그녀는 일어나서 샘으로 아빠방가갔 아빠방. 샘가에 선 그녀의 모습이 온통
피에물들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 아빠방. 그녀는 아빠방시 쪼그리고 앉더니 샘
물을 들여 아빠방보았 아빠방. 손을 대지는 않았 아빠방. 단지 빛 때문이 아니라, 정
말로 물 자체가 붉을 것만 같은, 죽음의 경계, 아라스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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